‘나온 김에’ 대신 ‘오늘 꼭 필요한 한 가지’, 폐암 4기 환자의 외출 방식이 달라진 이유
폐암 4기 진단을 받기 전에는 외출할 일이 생기면 가능하면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편이었습니다.
어차피 집을 나왔으니 필요한 물건도 사고, 볼일도 보고, 시간이 남으면 다른 곳에도 들렀다가 들어가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번 나왔을 때 여러 일을 끝내면 시간을 잘 쓴 것 같았고, 다시 나오지 않아도 되니 효율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폐암 치료를 받으며 생활하다 보니 외출을 바라보는 방식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이 글은 “나온 김에 이것도 해야지”에서 “오늘 꼭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로 생각이 바뀐 과정을 적은 개인 기록입니다. 저는 의료인이 아니며, 치료 중 외출이나 활동의 기준을 제시하는 글이 아닙니다.
이 글에서 다루는 내용
- ‘나온 김에’라는 생각을 줄이게 된 이유
- 병원에 다녀오는 날 다른 일정을 붙이지 않게 된 이유
- 외출의 끝을 ‘집에 돌아온 뒤’까지로 생각하게 된 변화
- 일찍 돌아오는 것을 실패로 생각하지 않게 된 과정
꼭 읽어 주세요. 이 글은 환자 한 사람의 경험이며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외출의 양과 활동 범위는 치료 단계와 몸 상태에 따라 다릅니다. 평소와 다른 증상이 있을 때는 외출 계획보다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을 먼저 해 주세요.

예전에는 ‘나온 김에’라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예전의 저에게 외출은 단순했습니다. 한 가지 일로 밖에 나와도 근처에 다른 볼일이 있으면 같이 처리했고, 필요한 것이 생각나면 돌아오는 길에 들렀습니다. 목적지가 하나에서 둘, 둘에서 셋이 되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렇게 해야 시간을 아끼는 것 같았고, 계획한 일을 모두 처리하면 하루를 제대로 보낸 느낌도 있었습니다.
폐암 진단 후에도 이 습관이 바로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오랫동안 해 온 생활 방식이라 밖에 나오면 자연스럽게 다음 일을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치료를 받으며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질문이 달라졌습니다. ‘이 일을 오늘 꼭 해야 하나?’ 예전에는 할 수 있는지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오늘 해야 하는지부터 생각합니다. 내일이나 다른 날 해도 되는 일이라면 오늘의 외출에 굳이 하나 더 넣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 예전의 외출 | 지금의 외출 |
|---|---|
| “나온 김에 이것도 해야지” | “오늘 꼭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
| 세 가지를 계획했으면 세 가지를 다 끝내야 한 것 같음 |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하면 오늘 할 일은 한 것 |
| 일찍 돌아오면 아쉽고 시간이 남은 느낌 | 일찍 돌아오는 것도 제가 선택한 일정의 일부 |
| 집에 도착하면 외출이 끝남 | 집에 돌아온 뒤의 시간까지 외출의 일부 |
이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늘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일이 하나라면 그것을 먼저 합니다. 그 일을 마친 뒤 몸 상태가 괜찮고 시간이 충분하면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지만, 처음부터 여러 일을 반드시 끝내야 하는 일정으로 만들지는 않습니다. 제가 실제로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하루를 운영하는 방법에 가깝습니다.
병원에 다녀오는 날에는 다른 약속을 쉽게 붙이지 않습니다
치료를 받기 시작한 뒤 병원은 제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소가 됐습니다. 진료가 있는 날도, 검사가 있는 날도 있고, 병원에 머무는 시간이나 집을 나갔다 돌아오는 전체 시간도 그날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예전이었다면 병원에 가는 김에 주변에서 다른 일을 처리하는 것을 먼저 생각했을 것입니다.
지금은 병원 일정 하나를 그날의 중요한 일정으로 봅니다. 진료가 예상보다 일찍 끝났다고 해서 남는 시간을 다른 일정으로 채우려 하지 않습니다. 병원에 다녀온 날이라고 항상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집에 돌아와 평소처럼 지내기도 하고, 필요한 일이 있으면 하기도 합니다. 다만 아침부터 ‘병원 갔다가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누구도 만나고 와야지’라고 하루를 미리 가득 채우지는 않게 됐습니다. 병원 일정이 끝난 뒤의 제 상태를 그때 보고 결정할 수 있도록 조금 남겨 두는 것입니다. 병원 가는 날의 준비는 병원에 가기 전 준비에 관한 글에 적었습니다.
외출 시간보다 돌아온 뒤의 시간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가장 크게 달라졌다고 느끼는 부분은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입니다. 예전에는 집에 도착하면 외출이 끝났다고 생각해서, 밖에서 얼마나 많은 일을 처리했는지가 중요했습니다. 지금은 집에 돌아온 뒤 제가 어떻게 지내는지도 함께 생각합니다. 밖에서 너무 많은 일을 하고 돌아오면 남은 시간을 편하게 보내기 어려울 수 있고, 해야 할 일을 적당한 선에서 마치고 돌아오면 집에서 일상을 이어 갈 여유가 남습니다.
그래서 외출 중에 한 가지 일을 더 할지 고민될 때는 ‘이것까지 하고 들어가는 것이 정말 필요한가?’를 생각합니다. 필요하면 하고, 단순히 “여기까지 나왔으니까”라는 이유라면 다음으로 미룹니다. 예전에는 집에 일찍 돌아오면 시간이 남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 시간을 반드시 다른 일로 채우지 않습니다. 집에서 쉬기도 하고, 컴퓨터 앞에서 글을 정리하기도 하고, 별다른 일을 하지 않고 보내기도 합니다. 밖에서 보내지 않은 시간 역시 제 하루이기 때문입니다.
일찍 돌아오는 것을 실패처럼 생각하지 않게 됐습니다
예전에는 계획한 일을 다 하지 못하고 돌아오면 ‘조금만 더 하고 올걸’, ‘이왕 나간 김에 그것까지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져 시간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금은 외출의 목적을 하나 마쳤다면 그다음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날의 외출이 실패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만 돌아가야겠다고 느꼈을 때 집으로 돌아오는 것도 제가 선택한 일정의 일부입니다.
예전에는 제가 계획에 맞춰 움직이려 했다면, 지금은 계획을 제 상태에 맞춰 조절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다만 매번 몸 상태만 생각하며 생활하는 것은 아닙니다. 약속이 있으면 지키고 해야 할 일이 있으면 합니다. 꼭 오늘 하지 않아도 되는 일까지 한꺼번에 붙여 하루를 복잡하게 만들지 않으려는 것입니다. 국가암정보센터의 생활백서에도 무리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 좋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무리가 되지 않는 범위’는 사람마다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는 제 몸 상태를 기준으로 하고 궁금한 것은 진료 때 의료진에게 묻습니다.
같은 생각으로 약속을 잡는 방식, 달력의 빈칸, 걷는 양을 정하지 않는 것,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을 설명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달력과 계획에 관한 글에 적었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반복하지 않습니다.
마무리: 할 수 있는 일이 줄었다기보다 하루를 사용하는 순서가 달라졌습니다
처음에는 생활 방식이 달라지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드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이것을 다르게 보게 됐습니다. 예전에는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많이 넣고 그 일정에 저를 맞추려 했다면, 지금은 가장 필요한 일을 먼저 하고 그다음 일을 할지는 나중에 결정합니다. 이 방식은 선택할 여지를 남겨 줍니다. 몸 상태가 괜찮으면 한 가지를 더 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집으로 돌아오면 됩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해야 하는 일정으로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계획이 바뀌어도 실패한 느낌이 적습니다.
요즘은 집을 나설 때 밖에서 무엇을 얼마나 할지뿐 아니라 언제쯤 돌아오고 싶은지도 함께 생각합니다. 치료받는 생활에서 모든 것을 제가 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제 하루의 속도는 어느 정도 제가 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제 개인 경험이며 모든 환자에게 같게 적용되지 않습니다. 외출과 활동의 범위는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서 정해 주세요. 밖에서 무엇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보다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제 하루가 계속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저에게는 가장 큰 변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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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국가암정보센터, 암환자 생활백서 > 마음가짐 > 마음가짐과 생활태도: https://cancer.go.kr/lay1/S1T327C328/contents.do
작성자: 폐암 4기 진단 후 치료를 이어가고 있는 환자 본인입니다. 이 글은 의료진의 진단이나 치료 권고, 전문 상담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작성자 정보
이 글은 폐암 진단 후 실제 치료 과정을 경험하고 있는 환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진단과 검사, 치료 과정에서 직접 겪고 느낀 내용을 기록하며, 같은 상황을 경험하는 분들에게 작은 참고가 될 수 있도록 개인적인 경험을 중심으로 정보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의료정보 안내
이 글은 작성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일반적인 정보 공유를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의료진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암의 상태와 검사 방법, 치료 과정, 약물 복용 및 생활관리는 환자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개인의 진료와 치료에 관한 사항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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