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4기 치료 중 걷기가 ‘운동량 채우기’에서 ‘오늘의 상태를 확인하는 시간’으로 바뀐 이유
폐암 4기 치료를 시작한 뒤 제가 비교적 꾸준히 이어 온 일 가운데 하나가 걷기입니다.
처음에는 몸을 만들겠다거나 운동 효과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입원과 퇴원을 거치며 생활이 크게 달라졌고, 오래 누워 있거나 집 안에만 있기보다 제가 할 수 있는 만큼이라도 움직이고 싶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걷기를 바라보는 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이 글은 걷기가 ‘채워야 하는 운동량’에서 ‘오늘의 상태를 확인하는 시간’으로 바뀐 과정을 적은 개인 기록입니다. 저는 의료인이 아니며, 암환자가 얼마나 걸어야 하는지, 언제 쉬어야 하는지 기준을 제시하는 글이 아닙니다.
이 글에서 다루는 내용
- 걷기를 시작한 이유와 ‘정해 둔 시간’이 숙제처럼 느껴졌던 때
- 같은 30분이라도 날마다 다르게 느껴졌던 이유
- 걷고 난 느낌을 치료 결과와 연결하지 않기로 한 생각
- 밖에서 걷는 동안만큼은 ‘환자가 아닌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경험
꼭 읽어 주세요. 이 글은 환자 한 사람의 경험이며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걷기나 운동이 가능한 범위는 암의 종류, 치료 방법, 체력, 뼈 전이 여부, 다른 질환에 따라 사람마다 다릅니다. 시작하거나 늘리기 전에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주세요. 걷는 양이나 걷고 난 뒤의 기분을 치료가 잘되고 있다는 증거로 말하려는 글도 아닙니다.
처음에는 운동량이 아니라 ‘할 수 있는 만큼’이 목표였습니다
퇴원한 뒤 저는 컨디션이 괜찮은 날에는 식사를 하고 밖으로 나가 30~40분 정도 걸었습니다. 처음에는 형님과 함께 걸었고, 혼자 걸을 수 있게 된 뒤에도 가능한 날에는 계속 걸었습니다. 병원과 집을 오가는 생활에서 벗어나 밖으로 나가는 시간이었고, 제가 아직 제 발로 걸을 수 있다는 것을 느끼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치료 초기에 하루 종일 같은 생각만 하던 시기와 걷기가 하루의 일정이 되어 가던 과정은 진단 후 하루 생활에 관한 글에 적었습니다.
정해 둔 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어느 순간부터 제가 스스로 정한 시간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몸이 조금 피곤한데도 “그래도 오늘 걸어야지” 하고 생각한 날이 있었습니다. 어제 걸었으니 오늘도 걸어야 하고, 30분을 걸었으니 다음에도 그 정도는 걸어야 한다는 식이었습니다.
그러다 제가 걷기를 또 하나의 숙제로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운동선수가 아니고 기록을 만들려고 걷는 것도 아닙니다. 현재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이고, 제가 걷는 이유는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시간을 너무 정확하게 맞추려고 하지 않습니다. 몸이 괜찮으면 평소처럼 걷고, 피곤하면 시간을 줄이고, 어떤 날은 쉬어도 괜찮다고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같은 30분도 날마다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매일 똑같이 걸었던 것은 아닙니다. 병원에 다녀온 날에는 이동하면서 이미 많이 걸은 경우가 있었고, 몸이 무거운 날에는 평소보다 짧게 걸었습니다. 날씨가 좋지 않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는 쉬기도 했습니다. 그날그날 제가 하는 조절은 대략 이런 식입니다.
| 그날의 상태 | 제가 하려고 하는 조절 |
|---|---|
| 몸이 괜찮은 날 | 평소처럼 걷고, 더 걸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음 |
| 병원에서 이미 많이 걸은 날 | 걷는 시간을 줄이거나 쉼 |
| 몸이 무겁지만 계속 누워 있기는 싫은 날 | 집 근처를 천천히 짧게 걸어 보고 돌아옴 |
| 날씨나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 | 걷지 않고 쉼 |
이 표는 제 방식일 뿐 다른 분께 권하는 기준이 아닙니다. 걷고 돌아온 뒤 하루 종일 힘들 정도라면 저에게는 너무 많이 한 것일 수 있고, 반대로 조금 피곤하다는 이유로 하루 종일 거의 움직이지 않았는데 몸이 더 무겁게 느껴졌다면 다음에는 조금 움직여 볼 수도 있습니다. 정답을 정해 두기보다 제 몸의 반응을 보며 조절하는 것입니다. 피곤한 날 원인을 스스로 단정하지 않고 의료진에게 전달하는 이야기는 피로에 관한 글에 적었으므로 여기서는 반복하지 않습니다.
“할 수 있는가”보다 “하고 난 뒤에도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가”를 생각합니다
예전의 저는 운동도 일도 할 수 있다면 더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기준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한 번 많이 걷고 다음 날 너무 힘들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보다, 제 몸에서 가능한 정도를 찾아 계속하는 편이 저에게는 더 맞았습니다. 오늘 40분을 걸었느냐보다 내일도 다시 걸을 수 있는 생활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국가암정보센터 생활백서도 몸 상태가 허락하는 한도 안에서 운동하고,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 중에는 격렬한 운동을 삼가라고 안내합니다. 저는 뼈 전이로 방사선치료를 받은 적이 있어서 활동의 범위는 제 느낌보다 의료진의 설명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걷기 외에 외출 전체를 어떻게 조절하는지는 외출 방식에 관한 글에서 이야기했습니다.
잘 걸은 날도, 힘든 날도 치료 결과와 연결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아침이나 저녁에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몸 상태를 느끼게 됩니다. 오늘은 발걸음이 가벼운지, 몸이 무거운지, 같은 길인데 유난히 힘든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느낌을 치료 결과와 직접 연결하지는 않습니다. 오늘 잘 걸었다고 암이 좋아졌다고 말할 수 없고, 오늘 피곤하다고 치료가 잘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수도 없습니다. 그날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치료가 잘되고 있는지는 검사와 의료진의 설명으로 확인할 일입니다. 현재 제가 걷고 생활을 이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치료 효과의 증거처럼 말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앞으로의 치료 결과는 제가 미리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밖에서 걷는 동안에는 ‘환자가 아닌 사람’이 될 수 있었습니다
병원에서는 환자이고, 검사실에서도 환자이고, 약을 먹을 때도 제가 치료 중이라는 사실을 기억합니다. 하지만 밖에서 걸을 때는 꼭 환자라는 생각만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냥 걷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걷는 동안에는 암 생각만 하지 않고, 미국에 있는 가족을 떠올리기도 하고, 앞으로 무엇을 할지 생각하기도 하고, 주변을 보며 아무 생각 없이 걷기도 합니다.
폐암 진단 전에는 걷는 일이 너무 평범해서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제가 제 발로 밖에 나가 걸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예전보다 많이 느끼게 됐습니다. 걷지 않는 날이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려고 합니다. 쉬는 날도 생활의 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마무리: 오늘 한 일을 내일도 다시 할 수 있는가
처음 폐암 4기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저는 다시 아침에 밖으로 나가 걷는 생활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때는 살아야 한다는 생각만 했고, 지금은 살아가는 방법도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배우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는 몸이 괜찮은 날에는 움직이고 힘든 날에는 쉬면서 어느 쪽도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걷고, 피곤하면 쉬고, 평소와 다른 변화가 계속되면 의료진에게 이야기합니다. 요즘 제가 걷기와 하루의 생활을 바라볼 때 가장 자주 떠올리는 기준은 “오늘 한 일을 내일도 다시 할 수 있는가”입니다. 이 글은 제 개인 경험이며 모든 환자에게 같게 적용되지 않습니다. 운동의 종류와 양은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서 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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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국가암정보센터, 암환자 생활백서 > 마음가짐 > 마음가짐과 생활태도: https://cancer.go.kr/lay1/S1T327C328/contents.do
작성자: 폐암 4기 진단 후 치료를 이어가고 있는 환자 본인입니다. 이 글은 의료진의 진단이나 치료 권고, 전문 상담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작성자 정보
이 글은 폐암 진단 후 실제 치료 과정을 경험하고 있는 환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진단과 검사, 치료 과정에서 직접 겪고 느낀 내용을 기록하며, 같은 상황을 경험하는 분들에게 작은 참고가 될 수 있도록 개인적인 경험을 중심으로 정보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의료정보 안내
이 글은 작성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일반적인 정보 공유를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의료진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암의 상태와 검사 방법, 치료 과정, 약물 복용 및 생활관리는 환자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개인의 진료와 치료에 관한 사항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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