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CT 결과가 두려웠던 폐암 4기 환자, 오히려 제가 가족에게 “낙담하지 말자”고 했습니다

PET-CT 결과가 두려웠던 폐암 4기 환자, 오히려 제가 가족에게 “낙담하지 말자”고 했습니다
폐암 진단을 받으면서 여러 검사를 경험했습니다.
혈액검사도 했고 CT도 찍었고 조직검사를 위한 수술도 받았습니다. 이후에는 뇌 MRI와 유전자 검사까지 받았습니다.
그중에서 저에게 가장 결과가 두려웠던 검사를 하나만 고르라면 PET-CT였습니다.
검사 자체가 무서웠던 것은 아닙니다.
제가 두려웠던 것은 검사 후 듣게 될 결과였습니다.
이미 앞선 병원에서 흉수에서 암세포가 확인됐다는 설명을 들었고 폐암 4기 가능성에 대해서도 들은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PET-CT를 앞두고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그렇습니다.
혹시 다른 곳에는 전이가 없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마음 한쪽에 남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가족들에게는 오히려 반대로 이야기했습니다.
“혹시 전이가 됐다고 해도 너무 낙담하지 말자.”
제가 가장 두려워하고 있으면서 가족들에게는 걱정하지 말자고 말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도 제가 암을 받아들이던 한 가지 방법이었던 것 같습니다.
결과가 좋기만을 기대하기보다 마음의 준비부터 했습니다
처음 한국에서 건강검진을 받았을 때만 해도 폐암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X-ray에서 폐에 물이 차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말을 들었고, 다음 날 혈액검사 결과를 확인한 뒤 상급병원에서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후 과정은 매우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병원에 입원했고 폐에 관을 연결해 흉수를 뺐습니다. 첫날 약 1,200mL 정도의 흉수가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흉수검사에서 암세포가 확인됐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다른 병원으로 옮겨 PET-CT와 조직검사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PET-CT를 받기 전 제 머릿속에 가장 많이 떠오른 것은 전이였습니다.
솔직히 저는 다른 곳에 전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기도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의사에게 들은 설명과 지금까지의 검사 결과를 생각하면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형님과 누님, 가족들에게 미리 말했습니다.
전이가 확인되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좋은 약도 있고 치료를 받을 수 있으니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먼저 치료를 생각하자고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말을 가족에게 한 것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제 자신에게 한 말에 더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결과를 확인한 뒤 무너지지 않기 위해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의료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당시 제 상태에서 실제 전이 가능성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정확히 판단할 수는 없었습니다.
다만 환자인 제가 느끼기에는 상황을 낙관적으로만 생각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가장 좋은 결과만 기다리기보다는 어떤 결과를 듣더라도 다음 치료를 생각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PET-CT 결과를 들은 날, 예상했던 전이를 실제로 확인했습니다
PET-CT 결과는 오래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 조직을 확보하기 위한 수술 계획이 있었기 때문에 검사 결과를 비교적 빨리 설명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결과에서는 제가 바라던 것과 달리 다른 부위의 병변과 뼈 전이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왼쪽 겨드랑이 쪽에도 작은 병변이 보였고 뼈에서도 전이가 확인됐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 결과를 듣고 기분이 좋을 리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았습니다.
이미 가족들에게도 전이가 확인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고 저 스스로도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때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결과를 바꾸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다음 검사를 받고 조직을 확보하고 정확한 암의 종류를 확인한 뒤 치료 방법을 찾는 일이 남아 있었습니다.
결국 흉강경 수술로 조직을 확보했고 검사 결과 비소세포폐암 선암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 뒤에는 유전자 검사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처음 병원에서 진행한 검사에서는 표적치료로 이어질 변이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추가로 Guardant360 검사를 받았고, 약 2주 후 EGFR Exon 19 변이가 확인됐습니다.
그 결과로 타그리소 80mg을 처방받아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을 지나고 나서야 저는 PET-CT에서 전이가 확인됐던 날을 조금 다르게 바라볼 수 있게 됐습니다.
당시에는 PET-CT 결과가 마치 앞으로의 모든 것을 결정할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실제 치료 과정은 한 번의 검사 결과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PET-CT 다음에는 조직검사가 있었고, 조직검사 다음에는 유전자 검사가 있었으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다시 치료가 시작됐습니다.
저에게는 나쁜 결과 하나가 치료 과정 전체의 마지막을 의미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이것은 제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암의 종류와 전이 부위, 환자의 건강 상태와 치료 가능성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제 경험을 다른 환자의 예후와 동일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몇 달 뒤 다시 받은 PET-CT는 전혀 다른 의미의 검사가 됐습니다
처음 PET-CT 결과를 기다렸을 때와 치료 후 다시 PET-CT를 받을 때의 제 마음은 많이 달랐습니다.
타그리소를 복용하기 시작한 뒤 약 5개월 동안은 매달 병원에 갔습니다.
혈액검사를 받고 X-ray도 찍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매달 폐에 있던 흉수가 조금씩 줄어드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담당의도 흉수가 감소하는 모습을 보면서 약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척추와 대퇴골의 뼈 전이 부위에는 방사선치료도 받았습니다.
총 12회였습니다.
그리고 약 5개월이 지나 다시 PET-CT를 받았습니다.
첫 PET-CT 때는 **“다른 곳으로 전이됐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가장 컸다면 두 번째 검사에서는 **“그동안 받은 치료가 어떻게 나타날까?”**라는 생각이 더 컸습니다.
결과를 확인했을 때 제가 영상을 보면서 느끼기에는 이전에 밝게 보였던 부분들이 상당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제 눈에는 이전처럼 암의 활동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그 순간 정말 기적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도 그 결과를 두고 암이 없어졌다거나 완치됐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영상검사의 정확한 해석은 의료진의 영역이고, 저는 지금도 치료와 정기검사를 계속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그날 이후 제 마음에는 분명한 변화가 생겼습니다.
첫 PET-CT가 전이를 확인해야 하는 두려운 검사였다면 두 번째 PET-CT는 저에게 치료 과정의 변화를 확인한 검사가 됐습니다.
그리고 이후 담당의에게 앞으로는 3개월 뒤에 다시 만나자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검사 결과 하나가 그렇게 두려웠는데 이제는 3개월이라는 시간을 가지고 다음 검사를 기다리게 된 것입니다.
가족을 안심시키려고 했던 말이 결국 저를 버티게 했습니다
폐암 4기라는 말을 들은 날 저는 인터넷에서 생존기간과 생존율을 검색했습니다.
PET-CT를 앞두고는 다른 곳으로 전이되지 않았기를 기도했습니다.
저도 무서웠습니다.
그런데 가족들에게는 오히려 **“전이가 됐다고 해도 우리 낙담하지 말자”**고 이야기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제가 특별히 강한 사람이어서 그런 말을 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결과가 무서웠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랐습니다.
다만 가족들이 먼저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 저도 더 힘들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족에게 괜찮다고 말하다 보면 저 자신도 조금은 괜찮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치료 과정에서 가족은 저에게 정말 큰 힘이 됐습니다.
폐암 소식을 들은 미국의 가족들은 약 2주 만에 모두 한국으로 들어와 저를 보고 갔습니다. 이후에도 거의 매일 화상통화를 하며 제 얼굴과 상태를 확인하려고 했습니다.
때로는 매일 통화하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족 입장에서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가능하면 즐겁게 통화하려고 합니다.
암 환자가 된 뒤 저는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일이 단순히 환자 한 사람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환자는 검사실에 혼자 들어가지만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은 가족에게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도 검사 결과를 앞두면 좋은 결과만을 상상하려고 애쓰기보다 결과를 확인하고 그다음에 해야 할 일을 생각하려고 합니다.
물론 마음처럼 항상 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도 검사 결과가 전혀 걱정되지 않는다고 하면 사실이 아닙니다.
다만 예전과 달라진 점은 있습니다.
처음에는 검사 결과가 제 미래 전체를 결정할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지금은 하나의 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담당의와 함께 다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치료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하려고 합니다.
폐암 진단 초기에 가족에게 했던 말을 지금의 저에게 다시 해준다면 아마 똑같이 이야기할 것 같습니다.
“결과를 보기 전부터 너무 낙담하지 말자. 결과를 확인하고 그다음을 생각하자.”
그 말은 다른 폐암 환자에게 제가 의학적인 조언으로 해주고 싶은 말은 아닙니다.
그저 PET-CT 결과가 무서웠던 한 환자가 당시 가족과 자기 자신에게 했던 말입니다.
그리고 지금 돌아보면 그 말이 제가 다음 검사와 다음 치료로 계속 걸어갈 수 있게 해준 마음가짐 중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작성자 정보
이 글은 폐암 진단 후 실제 치료 과정을 경험하고 있는 환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진단과 검사, 치료 과정에서 직접 겪고 느낀 내용을 기록하며, 같은 상황을 경험하는 분들에게 작은 참고가 될 수 있도록 개인적인 경험을 중심으로 정보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의료정보 안내
이 글은 작성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일반적인 정보 공유를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의료진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암의 상태와 검사 방법, 치료 과정, 약물 복용 및 생활관리는 환자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개인의 진료와 치료에 관한 사항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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