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4기 치료 중 임상시험을 찾아봤습니다, 처음엔 마지막 선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폐암 4기 임상시험, 마지막 치료일까? 표적치료 중인 환자가 달리 보게 된 이유
폐암 4기 진단을 처음 받았을 때는 임상시험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제 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벅찼고, 몇 달 뒤를 생각하기보다 다음 검사와 치료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따라가는 데도 정신이 없었습니다. 조직검사에서 비소세포폐암 가운데 선암이라는 설명을 들었고, 추가 검사에서 EGFR Exon 19 변이가 확인되어 의료진과 상담한 뒤 타그리소 80mg 표적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은 다른 글에 적었습니다.
치료를 시작했을 때 제 머릿속에는 단순한 생각 하나뿐이었습니다. “지금 먹고 있는 약이 오래 유지됐으면 좋겠다.” 그때 임상시험은 저와 아주 멀리 떨어진 이야기 같았습니다. 그런데 치료가 몇 달을 넘고 정기적으로 CT와 혈액검사를 받으면서 이런 질문이 생겼습니다. “언젠가 지금 치료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다음에는 무엇을 하게 될까?”
이 글은 임상시험을 ‘마지막 치료’라고만 생각했던 폐암 4기 환자가 그 단어를 다르게 보게 된 개인 경험입니다. 저는 의료인이 아니며, 특정 임상시험을 소개하거나 참여를 권하는 글이 아닙니다. 현재 임상시험에 참여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이 글에서 다루는 내용
- 임상시험을 ‘마지막 치료’, ‘실험 대상’이라고 생각했던 오해
- 1상·2상·3상을 좋고 나쁜 순서로 생각했던 것
- ‘참여할 수 있다’와 ‘참여해야 한다’의 차이
- 실제로 검토하게 된다면 의료진께 묻고 싶은 질문
꼭 읽어 주세요. 이 글은 의료 전문가가 아닌 환자 한 사람의 경험이며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임상시험의 참여 가능 여부와 적합성은 환자의 진단, 치료 이력, 현재 상태에 따라 달라지며 반드시 담당 의료진 또는 해당 연구팀과 확인해야 합니다. 이 글이 현재 치료를 바꾸거나 중단하라는 의미가 아님을 알려 드립니다.

처음에는 임상시험을 ‘마지막에 하는 치료’라고 생각했습니다
암 환자가 되기 전 제게 임상시험은 기존 치료가 더 이상 없을 때 마지막으로 시도하는 치료, 아직 검증되지 않은 약을 쓰는 치료라는 이미지였습니다. 영화나 뉴스에서 단편적으로 접한 정보가 섞인 것 같습니다. 특히 ‘시험’이라는 단어 때문에 환자가 실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약품안전나라 설명을 읽어 보니 임상시험은 단계가 나뉘어 있고, 국가암정보센터가 싣고 있는 임상시험 기본원칙에는 참여 전에 모든 피험자에게 자발적인 참가 동의를 받아야 하고, 피험자의 권리와 안전, 복지가 과학과 사회의 이익보다 우선한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또한 식약처장이 승인한 임상시험계획서에 따라 수행해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런 원칙을 알게 되면서 ‘그냥 약을 한번 써 보는 것’이라는 제 이미지가 정확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다만 원칙이 있다고 해서 모든 연구가 제게 적합하다는 뜻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치료를 생각하는 것은 지금 치료를 포기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치료 초기에는 ‘다음’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싫었습니다. 지금 치료가 잘되지 않을 가능성을 미리 인정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오늘 먹는 약과 다음 검사만 생각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병원에서 혈액검사를 하고, 일정에 맞춰 CT를 찍고, 이전 영상과 비교한 설명을 듣는 과정을 반복하며 치료가 ‘한 번 정하면 끝까지 가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현재 치료를 이어가면서 상태를 확인하고, 그 시점의 검사 결과와 몸 상태에 따라 계획을 다시 생각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래서 마음속에 이런 질문을 하나 만들어 두었습니다. “만약 현재 치료를 변경해야 하는 시점이 온다면 그때 제게는 어떤 선택지가 있을까?”
그 답이 반드시 임상시험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그 시점에 이용할 수 있는 다른 치료가 있을 수도 있고, 추가 검사로 새로운 정보를 확인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치료 방향은 그때의 제 상태와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의료진과 다시 결정할 문제입니다. 한때는 ‘타그리소 다음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 아닐까’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다음 치료가 지금 하나로 정해져 있는 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오히려 막연한 불안이 줄었습니다.
1상·2상·3상을 좋고 나쁜 순서로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3상이 2상보다, 2상이 1상보다 더 좋은 치료인 줄 알았습니다. 식약처 의약품안전나라의 설명을 보니 단계는 치료의 순위가 아니라 연구의 목적이 달랐습니다.
| 단계 | 식약처 설명에서 확인한 목적 |
|---|---|
| 1상 | 부작용을 규명하고 안전한 용량 범위를 정하며 안전성을 평가함(소수 인원 대상) |
| 2상 |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고 안전성 관련 자료를 더 탐색함(더 많은 인원 대상) |
| 3상 | 효과를 확증하고 부작용을 관찰하며 일반 치료법과 비교함 |
그래서 지금은 ‘몇 상이니까 좋다’거나 ‘초기 단계니까 나쁘다’고 혼자 단순화하지 않으려 합니다. 대신 “이 연구는 무엇을 알아보려는 것인가?”를 먼저 생각합니다. 환자가 연구 설계를 모두 이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숫자만 보고 판단하지는 않으려 합니다.
‘EGFR 임상시험’이라는 제목만으로는 제게 맞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인터넷에서 폐암 임상시험을 검색하니 생각보다 많은 연구가 나왔고, EGFR이나 오시머티닙이라는 익숙한 단어가 있으면 관심이 갔습니다. 하지만 임상시험은 연구마다 목적과 참여 기준, 검사와 방문 일정이 정해져 있어서, 제목에 EGFR이 들어 있다고 제게 맞는 연구라고 할 수 없었습니다. 암의 종류와 병기, 이전에 받은 치료, 현재 건강 상태, 유전자 변화 같은 여러 조건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집 상태나 연구기관, 지역도 바뀔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기본 정보를 알아보고 질문을 준비하는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제 진단과 치료 이력, 현재 상태를 아는 의료진 또는 해당 연구팀과 직접 확인해야 하고, 임상시험을 찾는 일은 상품을 비교해서 하나 고르는 일과 전혀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가장 좋은 임상시험’을 혼자 골라내려는 생각도 내려놓았습니다.
‘참여할 수 있다’와 ‘참여해야 한다’는 전혀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임상시험을 알아보며 마음이 조금 편해진 부분이 있습니다. 참여 조건에 해당한다고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참여 전에 설명을 듣고 자발적으로 동의하는 과정이 있다는 점입니다. 예전의 저라면 임상시험 이야기가 나오는 것 자체를 ‘이제 다른 방법이 없다는 뜻인가?’로 받아들였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지 않으려 합니다.
실제로 검토하게 된다면 꼭 묻고 싶은 질문
폐암 진단 초기에는 “폐암인가요?”, “몇 기인가요?”, “치료는 어떻게 하나요?”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지금은 임상시험이 실제로 선택지가 되는 날이 온다면 이런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 “이 임상시험은 무엇을 확인하기 위한 연구인가요?”
- “제가 참여 조건에 해당한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 “제게 고려할 수 있는 승인된 다른 치료와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 “어떤 검사와 병원 방문이 추가로 필요한가요?”
- “현재 받고 있는 치료는 어떻게 되나요?”
- “지금까지 알려진 부작용과 아직 알 수 없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 “참여하지 않는다면 다른 선택지는 무엇인가요?”
연구가 어디에서 진행되는지, 방문 횟수와 이동, 비용은 어떻게 되는지 같은 현실적인 부분도 확인하고 싶습니다. 예전에는 “효과가 있나요?” 하나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연구 중인 치료는 알려진 것과 아직 모르는 것을 함께 이해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 질문 하나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진료 전 질문을 적어 두는 방법은 다른 글에 정리했습니다.
마무리: 임상시험은 정해진 다음 치료의 이름이 아니라 하나의 선택지였습니다
폐암 진단 초기의 제게 임상시험은 ‘마지막 치료’, ‘실험적인 치료’, ‘다른 방법이 없을 때 하는 치료’라는 무서운 단어였습니다. 지금은 무조건 해야 하는 치료라고도, 무조건 피해야 하는 치료라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치료 방향을 다시 결정해야 할 때 의료진과 함께 확인할 수 있는 여러 가능성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임상시험을 알아본다고 현재 치료를 포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지금도 오늘의 치료에 집중하고 정기적인 검사와 진료를 받습니다. 다만 다음 길이 필요해지는 순간이 온다면 무엇부터 질문해야 하는지 정도는 알아 두고 싶습니다. 이 글은 제 개인 경험이며 모든 환자에게 같게 적용되지 않습니다. 치료와 임상시험에 관한 판단은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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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국가암정보센터, 임상시험 > 임상시험의 이해 > 임상시험의 기본원칙: https://www.cancer.go.kr/lay1/S1T303C305/contents.do
-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안전나라, 임상시험이란 > 임상시험의 종류: https://nedrug.mfds.go.kr/cntnts/15
작성자: 폐암 4기 진단 후 치료를 이어가고 있는 환자 본인입니다. 이 글은 의료진의 진단이나 치료 권고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작성자 정보
이 글은 폐암 진단 후 실제 치료 과정을 경험하고 있는 환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진단과 검사, 치료 과정에서 직접 겪고 느낀 내용을 기록하며, 같은 상황을 경험하는 분들에게 작은 참고가 될 수 있도록 개인적인 경험을 중심으로 정보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의료정보 안내
이 글은 작성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일반적인 정보 공유를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의료진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암의 상태와 검사 방법, 치료 과정, 약물 복용 및 생활관리는 환자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개인의 진료와 치료에 관한 사항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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