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그리소 내성이라는 말을 처음 알았을 때, 아직 오지도 않은 다음 치료가 두려웠습니다

폐암 4기 진단을 받고 타그리소 치료를 시작했을 때 제가 가장 바랐던 것은 단순했습니다.
“이 약을 오래 복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24년 11월 미국에서 코로나로 약 열흘 동안 심한 기침과 몸살을 겪은 뒤, 12월부터 크게 숨을 들이쉴 때 왼쪽 갈비뼈 아래에 약한 불편감이 있었습니다.
2025년 1월 미국 내과에서는 검사시설이 없어 심한 기침으로 갈비뼈에 작은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닐까 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국에 들어온 뒤 2월 내과에서 X-ray를 찍었고 처음에는 폐렴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대학병원에서 CT, MRI, PET-CT 등 여러 검사가 이어졌고 결국 폐암 4기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조직검사에서는 선암을 확인했고 추가 검사 과정에서 EGFR Exon 19 변이가 확인됐습니다.
의료진과 상의한 뒤 타그리소 80mg을 복용하는 표적치료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저는 EGFR이라는 단어도 낯설었고 표적치료라는 말도 처음 제대로 알았습니다.
그래도 제가 복용할 수 있는 약이 있다는 사실에 집중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폐암과 타그리소를 검색하다가 계속 눈에 들어오는 단어가 하나 있었습니다.
‘내성.’
그 두 글자가 생각보다 오랫동안 제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1. 처음에는 ‘내성’이라는 말을 보는 것조차 싫었습니다
타그리소 치료를 시작한 뒤 저는 인터넷에서 정말 많은 것을 찾아봤습니다.
EGFR이 무엇인지.
Exon 19는 무엇인지.
타그리소는 어떤 약인지.
다른 환자들은 얼마나 오래 복용했는지.
검색을 계속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타그리소 내성’이라는 단어를 만나게 됩니다.
처음에는 그 글들을 읽고 싶지 않았습니다.
지금 치료를 막 시작했는데 벌써 이 약이 듣지 않게 되는 상황을 생각해야 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내성’은 처음부터 의학용어라기보다 두려움을 주는 단어였습니다.
머릿속에서는 이렇게 번역됐습니다.
“지금 먹는 약이 더 이상 효과가 없어지는 것.”
그리고 생각은 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갔습니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하지?’
‘다음 약이 있나?’
‘항암치료를 해야 하나?’
‘임상시험까지 가야 하나?’
아직 제 검사에서 그런 변화가 확인된 것도 아니었는데 저는 이미 다음 치료를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폐암 4기라는 진단을 받은 뒤 미래에 대한 불안이 너무 컸던 것 같습니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보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더 많이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2. 타그리소가 어떤 약인지 알수록 내성이라는 말도 따라왔습니다
타그리소의 성분명은 오시머티닙(osimertinib)입니다.
EGFR 변이가 있는 일부 비소세포폐암에서 사용되는 표적치료제입니다.
NCI는 오시머티닙을 특정 변이형 EGFR의 활성을 억제하는 3세대 EGFR 억제제로 설명합니다.
제가 확인한 EGFR Exon 19 deletion도 오시머티닙이 표적으로 하는 EGFR 변화 가운데 하나입니다.
American Cancer Society 역시 exon 19 또는 exon 21 EGFR 변이가 있는 비소세포폐암에서 오시머티닙을 포함한 EGFR 억제제가 사용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표적치료에 대해 알아보다 보면 내성에 관한 내용도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암세포가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변화하면서 기존 약물에 대한 반응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처음 이 내용을 읽었을 때는 이것을 거의 ‘예정된 실패’처럼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치료를 계속하면서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환자마다 치료 경과가 다르고, 제게 어떤 변화가 언제 나타날지는 인터넷의 다른 환자 사례만으로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저는 내성에 관한 일반적인 정보를 제 미래의 확정된 일정표처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3. 가장 힘들었던 것은 ‘언제 올까’를 계속 계산하는 일이었습니다
치료 초기에 제가 가장 많이 했던 실수 가운데 하나는 다른 환자의 시간을 제 시간과 비교하는 것이었습니다.
누군가는 몇 년 동안 치료했다는 글이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더 짧은 기간에 치료를 바꿨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이런 글을 읽으면 저도 모르게 계산했습니다.
‘나는 지금 몇 개월째니까 앞으로 얼마나 남았을까?’ 하지만 사람마다 암의 상태도 다르고 치료 과정도 다릅니다.
같은 EGFR 변이가 있다고 해서 치료 경과가 똑같은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저는 다른 사람의 치료기간을 마치 제 미래를 예측하는 숫자처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검사를 앞둘 때마다 불안했습니다.
CT 촬영 날짜가 다가오면, ‘이번에 내성이 나오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내성이라는 것은 제가 달력으로 날짜를 계산해 알아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습니다.
4. 반복해서 CT를 받으며 ‘내성’을 생각하는 방법이 달라졌습니다
폐암 치료를 시작한 뒤 CT는 제게 매우 중요한 검사가 됐습니다.
처음에는 CT 결과를 볼 때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좋아졌는가.
나빠졌는가.
두 가지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반복해서 검사와 진료를 경험하면서 결과를 그렇게 단순하게만 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의료진은 이전 영상과 현재 영상을 비교합니다.
병변의 변화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새롭게 확인되는 부분은 없는지 봅니다.
제 몸의 상태와 다른 검사 결과도 함께 확인합니다.
저에게는 뼈 전이 병변도 있었기 때문에 특정 부위의 변화와 증상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습니다.
이 과정을 경험하면서 저는 ‘내성’을 제가 몸으로 어느 날 갑자기 알아차리는 사건처럼 생각하지 않게 됐습니다.
현재 치료가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는 정기적인 검사와 의료진의 판단을 통해 계속 확인하는 문제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작은 몸의 변화 하나를 느낄 때마다, ‘드디어 내성이 온 것 아닐까?’ 라고 바로 연결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반대로 특별한 증상이 없다고 해서 검사도 필요 없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5. ‘내성이 생겼다’는 말도 한 가지 상황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내성을 아주 단순하게 이해했습니다.
타그리소가 듣는다.
그러다가 어느 날 타그리소가 듣지 않는다.
이렇게 스위치가 켜졌다 꺼지는 것처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자료를 찾아보면서 실제 상황은 훨씬 복잡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오시머티닙 치료 후 진행이 확인되는 경우 연구되는 내성 기전에는 EGFR 자체의 추가 변화뿐 아니라 다른 신호경로와 관련된 변화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C797S와 같은 EGFR 변화나 MET 관련 변화 등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모든 환자에게 같은 변화가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진행 양상도 환자마다 같다고 볼 수 없습니다.
이 내용을 알게 된 뒤부터 제 질문도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타그리소 다음 약은 무엇인가요?” 라는 답 하나를 찾으려고 했습니다.
지금은 만약 실제로 치료 변화가 확인된다면, “왜 이런 변화가 생겼는지를 다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할 수도 있겠구나.” 라고 생각합니다.
6. 다시 조직검사나 혈액 유전자검사를 이야기하는 이유도 조금 이해하게 됐습니다
저는 처음 폐암 진단 과정에서 조직검사를 받았습니다.
흉강경을 이용한 흉막 조직검사였고 선암이라는 결과를 확인했습니다.
그 뒤 Guardant360과 같은 혈액 기반 유전자검사도 경험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EGFR Exon 19 변이를 확인했고 결국 표적치료로 이어졌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검사를 ‘처음 치료를 정하기 위한 검사’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내성에 대해 알아가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치료 중 암의 특성이 달라진 상황에서는 조직이나 혈액을 이용한 추가 분자검사가 변화의 원인을 확인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실제로 NCI에 등록된 오시머티닙 내성 관련 연구들에서도 조직검체와 혈액의 DNA 등을 이용해 획득 내성 기전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이 타그리소 치료 후 모든 환자가 반드시 같은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검사가 필요한지는 환자의 상황과 진행 양상, 치료 계획에 따라 의료진이 판단할 문제입니다.
하지만 제게는 한 가지 중요한 변화였습니다.
예전에는, ‘내성이 오면 타그리소가 끝난다.’까지만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만약 변화가 확인되면 그다음에는 왜 변했는지 다시 확인하고 다음 치료를 결정하는 과정이 있을 수 있다.’ 라고 생각합니다.
7. 임상시험을 바라보는 생각도 내성을 공부하면서 달라졌습니다
처음 임상시험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저는 그것도 ‘마지막 선택’처럼 생각했습니다.
현재 치료가 모두 끝난 뒤 다른 방법이 없을 때 하는 치료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타그리소 내성을 알아보면서 임상시험을 바라보는 생각도 달라졌습니다.
현재 NCI에는 오시머티닙 내성 이후의 다양한 치료 전략과 내성 기전을 연구하는 임상시험들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어떤 연구는 특정 유전자 변화나 내성 기전을 대상으로 하고, 어떤 연구는 약물 조합을 평가합니다.
물론 이런 연구가 있다는 사실이 곧 제가 참여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임상시험마다 참여조건이 다르고 그 시점의 제 상태와 이전 치료 등 여러 조건을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도 제게는 중요한 의미가 있었습니다.
‘내성 이후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미리 결론 내릴 필요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어떤 치료가 제게 가능할지는 실제 상황이 왔을 때 의료진과 확인해야 합니다.
8. 이제는 ‘내성이 왔나요?’보다 더 구체적으로 질문하고 싶습니다
폐암 진료를 처음 받을 때는 질문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무엇을 물어봐야 하는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치료가 길어지면서 질문도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만약 앞으로 검사에서 변화가 확인된다면 저는 이런 질문들을 해보고 싶습니다.
“이 변화가 실제 질병 진행을 의미하나요?”
“한 부위의 변화인가요, 여러 부위에서 확인되는 변화인가요?”
“현재 타그리소 치료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추가 유전자검사나 조직검사가 필요한 상황인가요?”
“다음 치료를 결정하기 전에 확인해야 할 것이 있나요?”
“현재 고려할 수 있는 승인된 치료와 임상시험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이 질문들의 답을 제가 지금 미리 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 시점의 검사 결과와 제 상태를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질문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예전과는 마음이 조금 다릅니다.
9.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오늘의 문제로 만들지 않으려고 합니다
타그리소 내성이라는 말을 처음 알았을 때 저는 미래를 너무 빨리 살았습니다.
현재 타그리소를 복용하고 있으면서 머릿속에서는 이미 다음 치료를 하고 있었습니다.
항암치료를 걱정했습니다.
다음 약을 검색했습니다.
임상시험을 찾아봤습니다.
그리고 다른 환자가 타그리소를 얼마나 오래 복용했는지도 계속 확인했습니다.
그렇게 검색하고 나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불안해졌습니다.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내성에 대해 기본적인 내용을 알아두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선택지가 있다는 것도 알아두고 싶습니다.
하지만 아직 제게 확인되지 않은 상황을 오늘의 현실처럼 받아들이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제가 오늘 해야 할 일은 현재 처방받은 치료를 이어가고 정해진 검사를 받으며 몸의 변화가 있다면 의료진에게 알리는 것입니다.
미래의 치료는 미래의 검사 결과를 보고 결정할 문제입니다.
타그리소 내성을 몰랐을 때보다 지금이 오히려 덜 두렵습니다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내성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을 때보다 지금 더 많은 내용을 알고 있는데 오히려 예전보다 덜 두렵습니다.
처음에는 ‘내성’이라는 단어가 제게 치료의 끝처럼 들렸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만약 앞으로 검사에서 치료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받게 된다면 그것은 새로운 확인 과정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어디에서 변화가 생겼는지.
어떤 형태의 진행인지.
추가 검사가 필요한지.
현재 치료를 어떻게 할지.
다음 치료 선택지는 무엇인지.
임상시험을 검토할 상황인지.
그때 하나씩 의료진과 확인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런 날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타그리소 치료를 가능한 오래 이어가고 싶은 마음은 치료를 시작했을 때와 지금도 같습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내성이 오면 이제 어떻게 하지?” 라는 질문만 반복하지는 않습니다.
지금이라면 이렇게 생각합니다.
“만약 변화가 확인된다면 그때 무엇이 달라졌는지부터 확인하면 된다.”
폐암 4기 진단을 받은 뒤 저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생존율도 그랬습니다.
검사 결과도 그랬습니다.
CEA 숫자도 그랬습니다.
타그리소 내성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금은 조금씩 배우고 있습니다.
미래에 생길 수 있는 일을 아예 모르는 척할 필요도 없지만, 아직 생기지 않은 일을 오늘의 현실로 만들어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현재 치료에 집중하면서 필요한 정보를 알아두는 것.
그리고 변화가 확인되는 순간에는 혼자 결론 내리지 않고 의료진과 다음 단계를 확인하는 것.
지금 제가 타그리소 내성을 바라보는 방법은 그 정도입니다.래와 현재의 치료를 구분해서 생각하게 된 경험을 기록한 글입니다.
작성자 정보
이 글은 폐암 진단 후 실제 치료 과정을 경험하고 있는 환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진단과 검사, 치료 과정에서 직접 겪고 느낀 내용을 기록하며, 같은 상황을 경험하는 분들에게 작은 참고가 될 수 있도록 개인적인 경험을 중심으로 정보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의료정보 안내
이 글은 작성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일반적인 정보 공유를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의료진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암의 상태와 검사 방법, 치료 과정, 약물 복용 및 생활관리는 환자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개인의 진료와 치료에 관한 사항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