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4기 진단 후 먼 계획을 세우기가 어려웠습니다, 지금은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생각합니다

폐암 4기 진단을 받은 뒤 한동안 저는 약속을 잡을 때 대답이 늦어졌습니다.
“다음 달에 괜찮으세요?”
예전 같으면 달력을 한번 보고 가능한 날짜를 말했을 질문인데, 진단 후에는 바로 대답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다음 달 병원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부터 생각했습니다.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검사가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고, 그날 제 몸 상태가 어떨지도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주 평범한 약속 하나에도 조건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병원 일정 보고 이야기할게요.”
“그때 상태를 봐야 할 것 같아요.”
처음에는 이런 대답을 하는 제 자신이 낯설었습니다.
저는 원래 계획을 세우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날짜를 정하고, 그 날짜에 맞춰 준비하면 됐습니다.
그런데 암환자가 되고 나서는 달력에 날짜 하나를 적는 일에도 이전에는 없었던 생각이 따라왔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폐암 진단 후 달라진 것은 제 일정만이 아니었습니다.
계획을 대하는 제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다음 달 약속 하나를 정하는 것도 조심스러웠습니다
치료를 시작한 뒤 제 달력에는 병원과 관련된 일정이 많아졌습니다.
진료가 있고 검사가 있고, 다시 결과를 확인하는 날이 있습니다. 모든 일정이 한꺼번에 정해지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진료를 받은 뒤 다음 일정이 정해지기도 했고, 검사 결과에 따라 다시 확인해야 하는 것이 생길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개인적인 약속을 먼저 정하는 것이 조심스러워졌습니다.
누군가 몇 주 뒤에 만나자고 하면 가장 먼저 휴대전화 달력을 열어봤습니다. 그 주에 병원 일정이 있는지 확인하고, 앞뒤 날짜도 같이 살펴봤습니다.
병원에 가는 날과 겹치지 않는다고 바로 약속을 잡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검사를 받은 다음 날이면 어떨지, 병원에 다녀온 뒤 다른 일을 할 여유가 있을지도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모습이 답답했습니다. 왜 약속 하나를 정하는 데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한 가지는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예전의 생활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의 제 생활에는 치료가 들어와 있습니다. 그렇다면 계획을 세우는 방법도 지금의 생활에 맞게 바뀌는 것이 자연스러웠습니다.
“할 수 있을까?”보다 “지금 정해야 할까?”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진단 초기에는 앞으로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자꾸 나누려고 했습니다.
어떤 계획이 떠오르면 먼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그때 이것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 질문에는 답을 내기 어려웠습니다.
몇 달 뒤 제 몸 상태를 제가 지금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계획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조금 바꾸게 됐습니다.
‘이 일을 지금 확정해야 할까?’
당장 정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라면 조금 기다려도 됐습니다. 반대로 지금 해야 하는 일이라면 현재 상황에서 가능한 방법을 찾았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선택이 조금 단순해졌습니다.
저는 미래를 정확하게 알아야 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반드시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확실하게 정할 수 있는 것만 정하고 나머지는 나중에 결정해도 됐습니다.
예전의 저는 계획을 한번 세우면 가능하면 그대로 지키려고 했습니다. 지금은 계획이 바뀌는 것을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치료 일정이 바뀌면 제 일정도 바뀔 수 있습니다. 몸이 좋지 않으면 미룰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생각보다 몸이 괜찮다면 하지 않으려고 했던 일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변화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달력에서 빈칸을 남겨두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달력에 일정이 비어 있으면 그날 할 일을 넣곤 했습니다.
시간이 있으니 무엇인가 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치료를 받으면서 빈 시간이 꼭 채워야 하는 시간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병원 일정이 있는 주에는 일부러 다른 약속을 많이 넣지 않으려고 합니다. 검사나 진료가 끝난 뒤 몸 상태가 괜찮으면 그때 할 일을 정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이것도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아무 일정이 없는 날을 보면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생활에서는 빈칸이 있어서 편한 날이 있었습니다.
병원에 다녀와 피곤하면 쉴 수 있었고, 컨디션이 괜찮으면 산책을 하거나 미뤄둔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글을 쓰고 싶으면 컴퓨터 앞에 앉을 수도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날도 있었습니다.
이제는 달력의 빈칸을 보면 반드시 채워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날 무엇을 할지 미리 결정하지 않은 것도 하나의 계획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아침에 세운 계획이 저녁까지 그대로 가지 않는 날도 있습니다
치료를 받기 전에는 하루 계획이 틀어지면 조금 불편했습니다. 아침에 해야 할 일을 정했다면 가능하면 끝내고 싶었습니다.
지금도 기본적인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 것은 아닙니다.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으면 신경이 쓰입니다. 하지만 몸은 계획표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아침에는 괜찮아서 이것저것 하려고 했는데 오후가 되면서 피곤해지는 날이 있습니다. 반대로 아침에는 몸이 무거워 아무것도 하기 싫었는데 조금 쉬고 나니 괜찮아지는 날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몸 상태가 바뀔 때마다 제 계획을 지키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몸이 피곤한데도 예정했던 일을 끝내려고 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날이 반복되면서 생각을 바꾸게 됐습니다.
오늘 하지 못한 일이 반드시 오늘 끝내야 하는 일인지 먼저 생각합니다. 내일 해도 되는 일이라면 내일로 옮깁니다. 조금 쉬었다가 할 수 있다면 쉬었다가 합니다.
저에게 이것은 작은 변화였지만 생활에서는 꽤 큰 차이를 만들었습니다. 예전에는 계획에 몸을 맞추려고 했다면 지금은 몸 상태를 보면서 계획을 조정하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걷기도 이제는 ‘몇 분을 채워야 하는 일’로 만들지 않으려고 합니다
저는 몸이 괜찮을 때 걷기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식후에 걷기도 하고, 아침이나 저녁에 30~40분 정도 걸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매일 같은 시간만큼 걷지는 못합니다.
예전에는 한번 기준을 정하면 그 기준을 지켜야 할 것 같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30분을 걷기로 했다면 30분을 채워야 제대로 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요즘은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걷기 시작했는데 몸이 무겁게 느껴지면 일찍 돌아옵니다.
반대로 몸이 가볍고 날씨도 괜찮으면 조금 더 걸을 때도 있습니다. 걷지 않는 날도 있습니다.
저는 걷기를 치료 결과와 연결해서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날 제가 움직일 수 있는 범위에서 하는 생활 중 하나로 생각합니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걷기 역시 해야 할 일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루의 상태를 살펴보는 시간이 됐습니다.
오늘 40분을 걸었다고 내일도 반드시 40분을 걸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 쉬었다고 계획을 실패한 것도 아닙니다.
이 단순한 생각을 받아들이는 데 저는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을 설명하려고 했던 적이 있습니다
누군가 “오늘 뭐 했어요?”라고 물으면 예전에는 자연스럽게 그날 한 일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치료를 시작한 뒤에는 정말 별일 없이 보낸 날도 생겼습니다.
그런 날에는 이상하게도 “아무것도 안 했어요”라고 말하는 것이 조금 불편했습니다. 뭔가 게으르게 하루를 보낸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좀 쉬었어요”라고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오늘 하루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치료가 길어지면서 이런 날도 제 생활의 일부가 됐습니다.
병원에 다녀온 다음 날일 수도 있고, 특별한 이유 없이 몸이 무거운 날일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굳이 하루를 생산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있는지 생각하게 됐습니다.
저는 치료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하루 종일 누워 있어야 하는 사람도 아니지만, 반대로 암환자라는 사실을 잊기 위해 계속 바쁘게 살아야 하는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할 일이 있는 날에는 합니다. 쉬고 싶은 날에는 조금 쉽니다. 그 정도의 선택을 제게 허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을 굳이 변명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계획을 취소할 때 상대방에게 길게 설명하지 않게 됐습니다
제가 달라진 또 하나는 약속을 변경할 때의 태도입니다. 처음에는 약속을 취소하거나 미루게 되면 이유를 자세히 설명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제가 치료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들었습니다. 상대방이 시간을 비워뒀을 수도 있고 저와 만나기 위해 다른 계획을 조정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약속을 가볍게 생각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가능하면 약속을 지키려고 합니다.
하지만 몸 상태나 병원 일정 때문에 변경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예전처럼 제 상태를 길게 설명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오늘은 몸이 좋지 않아서 다음에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정도로 말해도 충분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 건강 상태를 이해시키기 위해 모든 것을 설명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것도 치료를 받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부분입니다.
제가 암환자라고 해서 모든 사람에게 제 몸 상태와 치료 상황을 자세히 이야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말하고 싶은 만큼 이야기하면 됐습니다.
계획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계획의 크기가 작아졌습니다
폐암 진단 후 계획을 잘 세우지 않게 됐다고 하면 미래를 포기한 것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여전히 계획을 세웁니다. 다만 계획의 크기가 조금 작아졌습니다.
몇 달 뒤에 무엇을 할 것인지보다 이번 주에 해야 할 일을 먼저 봅니다. 이번 주 계획도 많으면 오늘 해야 할 일을 봅니다.
블로그 글 하나를 완성해야 한다면 처음부터 전부 끝내려고 하지 않고 자료를 정리하는 날과 글을 쓰는 날을 나누기도 합니다.
병원 일정이 있는 주에는 다른 일을 조금 줄입니다. 가족과 연락해야겠다고 생각하면 특별한 이유를 기다리지 않고 연락합니다.
이렇게 작은 단위로 생각하니 계획을 세우는 것이 이전보다 부담스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계획이 바뀌어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오늘 못했다면 다음에 이어서 하면 됐습니다. 저에게는 이 방식이 지금의 생활과 더 잘 맞았습니다.
먼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앞으로의 일을 생각합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고 계속 쓰고 싶은 글도 있습니다.
가족과 함께하고 싶은 시간도 있습니다. 폐암 진단을 받았다는 이유로 미래에 대한 생각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다만 예전과 다른 점이 하나 있습니다. 미래의 모든 조건을 지금 확정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몇 달 뒤의 제가 어떤 상태일지 지금은 모릅니다. 그 사실이 처음에는 불안했습니다.
지금도 완전히 편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모른다는 이유로 모든 계획을 포기할 필요도 없고, 반대로 모르는 미래를 억지로 확정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할 수 있는 것은 정합니다. 나중에 정해도 되는 것은 남겨둡니다. 바뀌면 다시 조정합니다.
제가 요즘 계획을 세우는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지금은 달력의 빈칸이 불안하지 않습니다
폐암 4기 진단을 받은 뒤 제 생활에는 제가 선택하지 않은 일정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병원에 가야 하는 날이 있고 검사를 받아야 하는 날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나머지 시간을 더 알차게 사용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달력에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날이 있어도 괜찮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몸 상태를 보고 그날 할 일을 정할 수도 있습니다. 걷고 싶으면 걸을 수 있고, 글을 쓰고 싶으면 글을 쓸 수 있습니다.
피곤하면 쉴 수도 있습니다. 그날 가족에게 연락할 수도 있고 아무 계획 없이 하루를 보낼 수도 있습니다.
폐암 진단 전에는 이런 하루를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특별한 하루라고 이름 붙이고 싶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저는 평범한 하루를 평범하게 보내는 것이 좋습니다.
치료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매일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매 순간 긍정적으로 살아야 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결심보다 지금의 생활에 맞는 계획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먼 날짜를 보면서 예전처럼 모든 것을 미리 채워 넣지 않습니다.
정할 수 있는 것은 정하고, 나중에 정해도 되는 것은 조금 남겨둡니다.
그리고 계획이 바뀌면 다시 바꿉니다. 폐암 4기 진단 후 제가 배운 계획 방법은 특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저에게는 이 방식이 가장 현실적입니다.
제 달력에는 예전보다 빈칸이 조금 많아졌습니다. 이제 저는 그 빈칸을 반드시 채워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무엇을 하게 될지 아직 정하지 않은 시간. 필요하면 쉴 수도 있고, 몸이 괜찮으면 무엇인가 할 수도 있는 시간.
요즘의 저는 그 정도의 여유를 남겨둔 채 다음 날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작성자 정보
이 글은 폐암 진단 후 실제 치료 과정을 경험하고 있는 환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진단과 검사, 치료 과정에서 직접 겪고 느낀 내용을 기록하며, 같은 상황을 경험하는 분들에게 작은 참고가 될 수 있도록 개인적인 경험을 중심으로 정보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의료정보 안내
이 글은 작성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일반적인 정보 공유를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의료진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암의 상태와 검사 방법, 치료 과정, 약물 복용 및 생활관리는 환자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개인의 진료와 치료에 관한 사항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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